본문 바로가기
나는 집순이로소이다

새로운 취미를 시작했다. 이름하야 홈패션(1회차)

by 진집사 2019. 11. 5.
반응형

  집순이답게 취미가 참 많은 편이다.

겨울에는 뜨개질 하는 것을 좋아한다. 코바늘과 대바늘 가리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걸 만들어 실제로 사용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정말 크다. 만들면서도 재미 있고, 사용 할 때마다도 기분이 좋아진다.

초등학생 때 체르니 100까지 짧게 배웠던 피아노도 가끔 친다. 나중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고 수록곡을 수도 없이 쳐서 악보를 다 외웠던 적도 있더랬다. 결혼한 뒤 신혼집에는 피아노가 없기 때문에 피아노를 치지 않은지 오래되었긴 하지만 말이다.

또 나름 미대를 나왔기 때문에 그림도 그린다. 동기들이 싫어하는 고3에 미술을 시작해서 운좋게 미대생이 된 나일롱 미대생이기 때문에 그림엔 사실 젬병이다. 그림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대학다닐 때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고 방황도 많이 했다. 그림이 취미가 된 지금은 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엉망이긴 하지만 자기만족으로 가끔 그린다.

커피도 좋아한다. 아침잠이 많고 게으른 편이라 일을 할 때는 카페인이 너무나 필요하다. 그러다 문득 커피를 힘을 내기 위해 약처럼 마시는게 아니라 즐기고 싶어져 올해 초에 커피를 배우기도 했다.

유일하게 좋아해 취미가 된 운동은 수영이다. 초등학교 때 동생들과 태권도를 다녔을 때 말고는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몸이다. 저주받은 맥주병 몸에 악성 곱슬머리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물을 싫어했다. 하지만 민집사과 결혼하고 갔던 가족여행에서 새롭게 물놀이에 눈 뜬 이후 부터는 수영을 사랑하게 되었다. 

여행도 취미라고 볼 수 있다면 취미다. 가고싶은 곳은 다 갔다. 국내는 물론이고 영국, 독일,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미국, 호주, 대만 등. 어릴 땐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 좋았고 새로운 사람과 문화를 만나는데 두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부터는 민집사와 함께하는 여행이 아니면 별로 가고 싶지 않다. 민집사와 함께 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로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워 잘 하지 못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여행보다는 집이 좋다.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한다. 대학 때 역사 깊은 흑백사진 동아리의 회원이었기 때문에 필름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나가기도 하고, 암실에서 밤새워 흑백사진을 현상하고 인화해 전시도 해봤다. 처음 일다운 일을 해 본 것은 모교의 조교일이 었는데 쥐꼬리 만한 월급을 모아 DSLR카메라를 구입했었다. 

 

사진을 좋아하면서 최근 자연스럽게 영상을 만드는 취미도 생겼다.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우리집 두 고양이들을 주로 찍게 된다. 혼자보기아까워 인스타도 만들어보고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사랑스러운 우리 고양이들을 올리고는 있지만 보는 사람은 거의 나와 민집사뿐이다.

영상을 만들어보면서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내 취미를 종합할 수 있는 있겠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많은 취미들은 취미이기 때문인지 취미에 그친다. 이 모든 일들을 좋아는 하지만 그 결과물은 사실 어디에도 내놓을 수가 없다.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까 적당히 좋아하는 정도의 노력만 들이고, 어려우면 쉽게 그만둔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시간과 돈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게으르고 끈기가 없는 성격의 나는 조금만 힘들면 쉽게 하기를 멈춘다. 질려서 한참을 하지 않다가 가끔 다시 하고 싶으면 꺼내하고 넣어두었다가 꺼내기를 반복한다. 쓰다보니 나를 반성하게 되는데,, 사실 취미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나의 모든 일과 생활이 그렇다. 좋아서 하다가 힘들고 의미없다고 생각되면 해야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하지 않는다. 민집사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민집사와 나는 많이 다르지만 그중에서도 두드러지게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 점일 것이다. 민집사는 부지런하고 꼼꼼하며 끈기있다. 한 번 시작한 일은 좋든 싫든 힘들든 한다. 그런 부분이 나와 다른 민집사를 존경이라고까지 하기엔 거창하지만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우러러볼 수 있는 부분이다. 

 

  취미가 많고 금방 싫증을 내는 내가 또 다른 취미를 시작했다. 이름하야 홈패션. 뜨개질을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기쁨을 줄 것이다. 내가 늘 사용하고 집에 있을 때 함께하는 집 안의 모든 패브릭을 스스로 만들었을 때 느끼는 즐거움. 이 취미 또한 멈추고 다시하고를 반복할 것이고, 집 안의 모든 취미 관련 고물들과 함께 집 안의 쓰레기만 만들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하고싶은 건 해야겠다. 갈망하지만 실행하지 않는다면 늘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일단 하고 싶은건 해보자.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