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답게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집에 있을 땐 고양이들 털 때문에라도 외출복을 입고 있을 수 없다. 집에서 입고 있는 옷을 그대로 입고 잠을 자는 경우가 많으므로 집에서 보통 입고 있는 옷이 잠옷이 된다. 이전에는 밖에서 잘 입지 않는 외출복이나 중고등학교 때의 체육복이 잠옷이자 홈웨어였다.
미국의 홈스테이 맘 린다가 생일선물로 사줬던 잠옷이 내 생에 첫 잠옷을 목적으로 한 옷이었다. 몇년 전 까지만해도 린다가 선물로 준 잠옷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 오래 입어 천이 다 삮아 해져버렸기 때문에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사진하나 찍어두지 않았지만(잠옷을 입고 사진찍을 일은 정말 없다ㅠㅠ) 연보라색 상의와 연보라색으로 무늬가 새겨진 하얀 잠옷바지는 잊혀지지 않고 머릿속에 그대로 들어있다. 정말 보드랍고 편안했고 예뻤다.
그 뒤로 잠옷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국내에서는 잠옷이 꽤나 비쌌다. 세트에 4-8만원 정도였나. 외출복이 아니라서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닌데 홈웨어에 굳이 큰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반면 외국에서는 잠옷세트가 정말 저렴했다. 만원에서 2만원 정도면 카라가 달린 점잖은 잠옷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미국에 있었을 때나 해외에 여행을가거나 했을 때 잠옷세트를 한 두개씩 늘 사왔다.
작년까지 입었던 잠옷은 민집사와의 영국 신혼여행지에서 산 프라이마크 잠옷세트로 2개를 돌려가며 약 3년간 잘 입었다. 민집사는 몸이 크고 집에서도 활동량이 많아서 그런지 잠옷이 곧잘 찢어져 프라이마크 잠옷은 금방 사라졌고, 지금은 반일감정이 심하지 않았을 때 구입했던 유니클로 잠옷들을 입고 있다. 지금에서 새로운 파자마를 구입하려고 본다면, 매장에서는 3-4만원이면 살 것이고 인터넷으로 싼 제품을 찾는다면 1-2만원대라도 살 수 있어졌다. 국내에서도 저렴하게 잠옷을 구하기가 쉬워진지 오래다.
일을 그만둔 상태에서 집밖에 거의 마트가 아니면 나가지 않던 나는 1년 내내 거의 잠옷을 입고 생활했다. 그리고 코로나가 왔고 민집사도 재택을 하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잠옷은 우리의 또 다른 피부와 같아졌다.
그렇게 보면 내가 카라가 달린 전형적인 파자마 스타일의 잠옷 만을 고수한지도 15년 이상이 지난 셈이다. 그 시간 동안 잠옷의 디자인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클래식하게 카라가 달린 잠옷세트. 가장 오랜시간 내가 입고 있는 옷. 반세대 동안 변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변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옷을 제대로 만들어본 적은 없지만 잠옷만은 앞으로 내 손으로 만들어 입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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