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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순이로소이다/집순이 마실

군부대 앞 추억을 먹는 강원도 철원의 내대 막국수

by 진집사 2019.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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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이 부대 초소의 울타리로 넓은 주차공간이 있다.

(진집사)

  막국수의 계절, 여름이 왔다. 민집사와 진집사는 여름이 되면 꼭 막국수를 먹으러 가는 곳이 있다. 바로 강원도 철원의 '내대 막국수'다. 막국수만 먹으러 서울에서부터 장장 2시간을 달려 오는 것이 약간의 사치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곳은 민집사와 진집사에게 조금 특별한 곳이다. 

 

  민집사가 내대 막국수 앞의 군부대를 나왔기 때문이다. 정말 내대 막국수에서 걸어서 1분 코 닿는 곳에 부대 정문초소가 있다는 점이 진집사에게는 너무나 신기했다. 정문초소 옆 쳐진 울타리 옆이 바로 내대막국수의 주차장이기 때문에 주차하고 걸어나올 때마다 민집사는 군인아이들이 너무나 먹고싶어 할거라고 안타까워했다. 본인이 부대에 있을 때 내대막국수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나 부럽고 먹고싶었다고.... 하지만 정작 군대 3년 있는 동안 내대 막국수를 한번도 못먹었다고 한다. 막상 휴가를 나오면 부대를 벗어나기 바빴다고..

 

  민집사는 전역하고 생각나서 몇 번 먹으러 왔다고 한다. 그 때 하지 못한 내대막국수를 먹는 일로라도 당시의 제한된 자유를 지금이라도 만끽하는 생각이 들까 싶다. 민집사는 자신의 추억을 진집사와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연애하는 동안 여름이면 둘이서 종종왔다. 그렇게 내대막국수는 민집사에게는 아련한 군부대의 추억이자 해방의 상징이, 진집사에게는 설레는 연애의 추억이 있는 특별한 곳이 되었다.

 

 

  매년 여름이면 오는 곳인데 무슨 일인지 작년에는 내대막국수에 막국수를 먹으러 오지 않았다. 그러고 올해 문득 날이 더워지자 미친듯이 내대막국수의 새콤달콤한 냉육수 국물이 사무치게 떠올랐다. 민집사가 쉬는 토요일이 되기만을 기다려 드디어 지난 주말 다녀왔다. 그런데 내대막국수의 앞이 무엇인가 달라졌다. 내대막국수가 보통은 주차장도 꽉 차 있고 자리가 없어 기다려야할 수도 있는데..초여름이라 그런지 평소보다는 손님이 적기도 했다.  연애시절 내대막국수가 오후에는 일찍 문을 닫는다는 것을 몰랐을 때 종종 늦게와서 허탕을 치고 돌아간적도 많다. 그 뒤로는 일찍 오는데, 이상하게 썰렁한 느낌이었다. 이유인 즉슨 민집사의 부대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정문초소를 지키는 장병들이 없었다. 정문 쪽 잘 관리되던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민집사는 내대막국수를 먹는 내내,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좋든 싫든 민집사의 청춘 3년을 보낸 곳인데 무언가 허전할 것이다. 진집사는 군대를 안가서 정확한 그 기분을 모르지만 마치 내가 다니던 학교가 없어진 느낌과 비슷할까 싶다. 내대막국수는 60년을 자리했다고 한다. 부대가 먼지인지 막국수집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다. 그 만큼  수 많은 장병들이 이 부대를 나왔을 것이고 그 중에 몇은 부대의 추억을 먹으러 내대막국수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올터인데 민집사와 같은 복잡한 심경이 들것이다. 

 

막국수가 나오자 마자 먹기 바빠 예쁜 사진을 못찍었다. 오른쪽 맑은 냉육수가 진집사 최애 육수다!

  부대가 사라졌음을 알고 먹는 내대막국수는 여전히 맛이 좋았다. 보통 민집사는 물막국수, 진집사는 비빔막국수를 먹는다. 물막국수는 진리이다. 살얼음이 동동 떠있는 푸짐한 물막국수는 고소하다. 진집사가 처음 내대막국수를 왔을 때 비빔막국수를 먹었기 진집사는 비빔막국수를 먹는다. 진집사는 맵단짠의 강한 양념을 좋아하기 때문에 처음 내대막국수의 비빔막국수를 먹었을 때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 양념에 살짝 실망했다. 하지만 비빔막국수와 함께 나오는 냉육수를 한입 먹고는 할렐루야를 외쳤다. 너무나 새콤하고 상콤하고 달콤했기 때문이다. 진집사 입맛기준으로 살짝 매콤하지만 심심한 비빔막국수에 살얼음 동동 뜬 새콤상콤달콤한 냉육수는 천생연분이었다. 그러고 민집사의 물막국수를 빼앗아 얼얼한 입을 살짝 중화시켜 주는 그 맛에 내대막국수를 먹으러 온다.

 

  사실 막국수는 전문음식점 마다 맛이 달라서 새로운 막국수 집을 갈 때 마다 설렌다. 막국수는 전문점이라면 왠만하면 다 각자의 맛대로 맛이 좋다. 하지만 그 말은 다른 막국수 전문점에서  내대막국수의 맛을 볼 수 없다는 말이다. 내대막국수.. 올해 여름이 주말에 몇 번 더 와야겠다. 그리고 문득 속초에서 먹었던 막국수집도 생각난다. 참기름을 흥건하게 뿌려먹던 속초 막국수.. 거기가 어디였더라. 다음 주엔 거기다!

 

 

 

내대 막국수 033-452-5820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내대리 675-7 

매일 11:00-19:00

 

  신철원에 내대막국수의 분점이 생겼다. 갈 때마다 오래된 화장실이 불편했는데 신철원의 새 분점의 소식은 화장실에 있어서 기쁜소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늘 본점을 찾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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