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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순이로소이다/집순이 마실

속초 가는 길의 맑은 하늘, 가평 휴게소의 떡볶이와 잣호두과자 그리고 속초의 바다

by 진집사 2019.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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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속초 해수욕장, 수평선의 끝까지 보인다. (우) 대포항의 방파제

(진집사)

  금요일 밤 늦게 비가 막 쏟아지더니, 다행이도 토요일은 날이 눈이 부시게 좋았다. 우리는 오후 한시가 다 되어서야 느즈막히 속초로 출발했다. 일기예보는 비가 온다고 했었지만 하루 일찍 비를 다 쏟아내 버려서, 그 덕에 이렇게 귀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속초로 달리는 차 안에서 내내 맑은 하늘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언제부터 우린 이렇게 갠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에 감사해야만 하게 되었을까. 날씨가 좋은 주말인 탓에 속초로 가는 길은 차가 꽤 많았다. 

  우리는 속초를 참 좋아한다. 주말에 눈떠서 가고 싶으면 가게되는 게 속초였다. 이 번에 속초를 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시원한 막국수와 순대국. 지난 주 내대막국수를 시작으로 이번 여름의 두 번째 막국수를 먹으러 간다. 속초를 오면 빼먹지 않고 가는 집이 있다. 참기름을 쳐서 먹는 '진미 막국수'집과 간마늘 고명이 올라가는 '중앙 순대국'집이다. 그리고 바다는 언제나 덤이었다. 하지만 오늘같은 파란 하늘을 그대로 비추는 맑은 파란 바다는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 속초의 메인이었다.  

2019/06/23 - [나는 집순이로소이다/집순이 마실] - 강원도 속초 진미 막국수와 중앙 순대국, 속초 해수욕장과 대포항

파란 하늘 덕에 그걸 비추는 바다도 파랗다.

https://youtu.be/afa4DWIbljE

속초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만난 맑은 하늘

  나는 아침을 먹지 못해서 가평휴게소에 잠깐 들렀다. 역시나 날이 날이라 가평 휴게소에 들어가는 길 부터 차들이 줄을 섰다. 아니나 다를까 그 넓은 휴게소 주차장이 꽉 차서 우리는 제일 뒤에 화물차 대는 자리에 자리를 겨우 찾았다. 휴게소 건물 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다. 전지적참견시점의 이영자 휴게소 먹방 이 후로 휴게소는 더 이상 쉬기만 하는 곳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일까. 괜히 휴게소 음식에 설레게 된다. 우리나라의 휴게소는 정말 깨끗하고, 먹을거리도 많고 기분 좋아지는 곳이다.

  가평휴게소에 도착하기 전에 내내 휴게소 음식을 찾아보면서 무얼 먹을까 고민했다. 영자님이 추천해주셨던 잣국수는 더이상 이 휴게소에서 팔지 않았고, 밤빵은 그 열기가 꺼졌는지 줄을 서서 사지는 않았다. 나는 육개장, 잣산채비빔밥, 잣소고기국밥 중에 고민을 했지만 애매하게 떡볶이를 샀다. 사실 휴게소에 가면 거의 떡볶이를 사먹게 되는데, 매번 실망을 한다. 사서 먹는 떡볶이는 매콤 달콤 짭조름 쫄깃해야하는데 휴게소 떡볶이는 늘 푹 퍼진 떡에 멀건 주황색 소스가 달지도 맵지도 짜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분명 실망할걸 알지만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었다.

  한국사람들은 정말 떡볶이를 좋아한다. 떡볶이집에 줄이 엄청 길었다. 맛 없는 떡볶이를 먹기위해 줄을 서야하는게 못마땅했지만, 사람이 많았던 덕에 쌀떡은 퍼지지않고 쫄깃쫄깃 했다. 맛은 여전히 맵지도 달지도 짜지도 않았지만 떡이 퍼지지 않아서인지 국물이 멀건 느낌은 아니었다. 떡볶이 회전이 빨랐던 덕에 오늘의 휴게소 떡볶이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민집사는 늘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먹는다. 난 사실 민집사를 만나기 전 까지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사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천안에 가야만 먹는 거라 생각했고 휴게소에는 먹을게 정말 많아서 호두과자를 한 번도 사먹어야 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호두과자는 먹고 싶지는 않지만 먹으면 맛있다. 마치 라면 안 먹는다고 해놓고 끓여 놓으면 몇 젓가락 뺏어먹는 나쁜 사람처럼, 민집사가 호두과자를 살 때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막상 먹을 때 달려든다.

  다른 휴게소의 호두과자들과 비교하자면 가평 휴게소의 호두과자에는 가평의 특산물 '잣'이 들어있다. '잣'의 고소한 맛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속 안의 팥앙금은 다른 호두과자 보다 덜 달다. 호두과자는 뜨거울 때 받자마자 바로 먹지 않으면 봉지를 열어 둔 채로 열기와 수증기를 빼 놓아야한다. 그렇지 않고 따뜻하게 둔다고 봉지를 닫아놓으면 눅눅해진다. 떡볶이를 먼저 먹는 동안 호두과자 봉지 입구를 닫아 잡고 있었어서 차 안에서 호두과자를 먹을 때는 겉이 바삭하지 않고 눅눅해져있었다. 그걸 알면서 떡볶이에 정신이 팔려 큰 실수를 해버렸다. 그래도 호가평 잣호두과자는 덜달고 고소해서 맛있다. 바삭까지 했으면 난 안먹겠다고 해놓고 14개 중에 7개를 먹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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