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빌 커피머신 BES920 4/22 커피일기 : 샤워스크린에 커피퍽이 찰싹ㅠ, 스팀도 망했다.

    어제 9시에 잠들었음에도 아침에 일찍일어나는게 쉽지 않다. 그래도 재미있는 브레빌 커피머신 놀이가 기다리고 있으니 무거운 몸을 이끌어 힘내 커피를 내리며 잠을 깨본다.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가 출근 말고 하나 더 생기니 좀 낫다.

오늘의 브레빌 bes920

   민집사와 둘이서 매일 커피를 마시지만 민집사는 차갑게 내린 더치커피를 더 좋아한다. 내가 하루에 걸쳐 더치를 내려 병에 옮겨 담아 두면 아침에 민집사는 텀블러에 얼음을 가득 담아 커피를 챙겨간다. 결국 브레빌로 내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이 집에 나 뿐이라는 거다. 하루에 한 번 아침에 투샷을 내리는게 전부. 지난 주에 브레빌이 도착했으니 머신은 일주일 간 매일 같이 1-2번 정도 일을 했다. 본전을 뽑으려면 600잔은 마셔야하는데,, 하루에 투샷 씩이라면 최소 1년은 넘게 걸리겠다. 

에스프레소 추출 후

   어제 투샷 추출이 30초에 총 40ml의 적은 양이 나왔으니 오늘은 좀 더 조절해봐야겠다. 일단 분쇄도로 조절해본다. 분쇄도 7이었던 것이 너무 가늘어 9로 살짝 두껍게 했다. 탬핑은 어제 너무 쎄게 3번을 했어서 이번엔 적정하게 2번. 그 결과 투샷이 30초 안에 각 30ml씩 총 60ml가 나왔다. 압력은 7.8정도로 살짝 낮은 감이 있어 내일은 분쇄도 10에 탬핑을 씨게 3번 해봐 추출해봐야겠다. 양과 시간은 적당하지만 압력을 좀 더 높여야한다. 어렵지만 재밌다.

 

   추출은 나쁘지 않았지만 포터필터를 머신에서 제거할 때 커피퍽이 샤워스크린에 그대로 붙어 있었다. 이런 망할. 물퍽이란 소린데... 커피양이 적었거나 탬핑 압이 약했거나. 추출이 끝나고 커피퍽에 물이 너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샤워스크린에 커피퍽이 붙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레벨링이나 탬핑이 적정하지 않았을 때 커피퍽에 물길이 생겨 채널링이 있었지는 않았을까 걱정에 커피퍽을 쪼개 보지만 커피퍽 케잌의 상태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뭐가문제일까. 

 

커피퍽을 쪼개어 채널링이 있었는지 확인

    스팀은 칠 수록 어렵다. 벌써 브레빌로 스팀을 친 것이 5-6번 째 일 것인데.. 오늘의 스팀은 망해버렸다. 브레빌을 받고 첫날의 스팀이 가장 괜찮았던 건은 무슨일일까. 어제의 스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오늘 조금 더 신경 써서 한다는 것이 문제였을까. 바리스타 학원에서 스팀을 칠 때의 소리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소리의 기억에 맞춰 스팀을 치려 했더니 되려 망하는 것 같다. 학원의 커피머신과 브레빌의 스팀압이 다르기 때문에 소리도 같을 수 없음을 인정해야했을까? 
   스팀을 시작할 때 공기주입을 위해 우유 표면 가까이에 팁을 대야 했다. 표면의 공기를 먹고 우유에 공기가 쪼개져 주입이 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우유의 거품이 너무나 크다는게 느껴졌다. 아뿔사 스팀도 망했구나. 스팀 팁을 우유에 좀 더 밀어 넣고 거품을 쪼개기 시작했다. 그런데 스팀을 너무 오래 과하게 쳐 우유가 너무나 뜨거워졌다. 스팀을 더이상 칠 수 없다. 그만두고 손으로 밀크저그를 훠이훠이 돌려 수동으로 우유거품을 쪼개기 시작했다. 그래 점점 벨벳처럼 거품이 쪼개지는게 보인다. 훠이훠이 돌리고 테이블에 저그를 탁탁 쳐가며 큰 공기버블을 깨기를 적당히 했다고 생각되었다.

  자 이제 라떼아트. 에스프레소를 담아 둔 라떼 잔에 우유를 붓는데 왠걸 액체처럼 우유가 떨어지지 않고 거품 덩어리 처럼 턱~ 에스프레소 위에 떨어진다. 스팀밀크가 상태가 좋지 않으니 푸어링도 안돼는구나. 라떼아트는 오늘도 망했다. 어떻게 2년 만에 처음 친 스팀이 가장 괜찮았고, 하트도 그나마 형태가 나온 것일까? 미스테리다. 내 손아 제발 기억하자 그때의 그 느낌을... 

커피 거품이 퍽 하고 떨어진 오늘의 망한 라떼아트

  커피 맛? 어제의 투샷 라떼와 오늘의 원샷 라떼에서 차이를 찾을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나의 무딘 미각이 문제인 것일까. 에스프레소를 잘 못 내린 것일까. 갑자기 커피 자신감이 바닥을 친다. 나에게 너무 과분한 브레빌인가. 커피맛도 모르는 똥손 주인을 잘못 만난 명기가 고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언제쯤 나의 커피실력이 늘고 커피자존감은  과연 언제쯤 높아질 수 있을까. 

오늘의 추출 상세
원두 로스터릭 메인 블랜드 DG(카카오 흑설탕 다크초콜릿 구운빵 고소한 여운 카라멜)
로스팅 중배전 4/15
도징량 18그램
분쇄도 9

탬핑 적정하게 2번
2샷 추출
온도 93
추출시간 30
추출량 30ml 2샷
압력 8

커피머신 브레빌 BES920
그라인더 브레빌 BCG820

오늘의 에스프레소 추출 영상.